Day81, 이젠 너무 익숙해진 텐트 생활
에디터 : 강수정


2004년 9월 12일(일)

현재위치 : 군디윈디(Goondiwindi) + 116km 지점
이동거리 : 116.65km
누적거리 : 6,065km
평균속도 : 18.2km/h
최고속도 : 31km/h
숙박장소 : 스테이트 포레스트(State forest) 캠핑 (남위:27도 58분 21.3초, 동경:151도 03분 27.7초)


퀸즐랜드에서부터 길가에 선인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계절 내내 날씨가 좋다는 퀸즐랜드답게 도로 주변에는 온통 선인장이었다. 내 키를 넘어버리는 선인장들, 저거 먹을 수 있는 거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다가 길을 건너려고 주위를 살피는 애뮤(Emu,호주의 타조) 두마리를 멀리서 보고, 조용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가갔다. 야생 애뮤들은 조심성이 많아 조금만 이상하면 도망가고, 차에 치어 죽는 경우도 매우 적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애뮤들이 우리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아 눈 앞에서 야생 애뮤를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마지막 부시캠핑(bush camping) 하는 날. 처음에는 무서울 때도 있었는데 이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아쉽다. 역시 오늘도 아주 아늑한 자리를 골랐다. 아늑하고 바닥 좋은 텐트칠 자리 고르는 나의 솜씨에 창민은 다시 한번 감격해 했다. 밥은 못해도 이만하면 괜찮은 파트너지..?

조심성이 많은 야생 애뮤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운이 좋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가 들썩일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것도 이젠 아쉽기만 하고... 처음 우리나라에서 텐트 치고 잠자는 연습을 할 때는 새가 날아 다니는 소리에도 잠이 깼었는데, 이젠 텐트가 들썩거려도 잠만 잘 잔다.

호주에서 가장 많이 한 얘기 중 하나는 로또에 관한 얘기였다. 로또에 당첨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건 세계여행을 하는 것.
스폰을 받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 돈이 많다면 스폰서도 필요없이 '죽는 그날까지 여행을 할 수 있겠다'라는것.
그리고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스폰서가 되어줄 거라고...
로또, 멀고 험한 길...

여행 종착지 브리즈번 325km 이틀만 더 가면 자전거 여행도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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