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자전거의 질주 본능과 감동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액션,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공포, 코미디..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단어들이다.
나의 현실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들, 누군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믿기지 않는 일들 등 어쩌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너무도 쉽게 넘나들면서 소통하는 게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약 120분 동안 상영되는 영상을 통해 정보와 소식, 감동과 슬픔, 사랑과 행복, 깨달음과 동기부여, 열정과 시련 등 복잡미묘한 감정과 여러 상황을 이야기하고 현실과 공유한다. 
스토리에 대한 주요 소재거리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평소 즐겨 타기만 했던 자전거는 영화 속에서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까? 장르의 다양성과 자전거라는 소재가 만나 탄생한 영화들은 과연 무엇을 그려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연출법과 스토리, 감동의 메시지 등으로 다른 세계를 전하면서 말이다.       


자전거 영화라는 장르로 접근

영화와 자전거는 산업이고 예술이며, 과학 기술적인 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적인 면에서 대중적인 수준을 따지자면 자전거가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산업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영화는 작품성과 관객 호응도에 따라 영화 수입사와 배급사들을 통한 전세계적 극장 개봉 여부 및 회수가 결정되고 흥행지수에 따라 수입원이 결정된다. 또 흥행한 영화를 통해 음악, 장난감, 의상 등 부수적인 아이템까지 판매되는 부대사업으로 확대된다.
자전거는 사회, 경제적 시장 상황을 고려하거나 품질과 성능, 목적 등에 따라 여러 카테고리의 제품들로 생산된다. 단순히 실생활에 교통수단으로서의 목적에서 여행과 레져, 범국가적 경쟁 스포츠로 확산되면서 기술적으로 전문화된 산업 품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자전거 뿐 아니라, 관련 용부품인 구동계, 헬멧, 의류, 신발 등의 다양화, 전문화와 자전거 카페, 도서, 국내외 여행 상품 등 문화 아이템로서의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가문화 확산과 에너지 효율, 환경, 웰빙 문화 등의 이유로 자전거 문화가 점차 각광받는 시점이다.       


또 영화와 자전거는 감성을 자극하고 가치관을 변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나름의 공통성을 갖고 있다.
특히 영화는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하나의 영화 속에는 장면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악, 의상, 무대 배경, 컴퓨터 그래픽, 분장, 카메라 각도, 문화적 표현, 감독과 배우의 연출력 등 각양각색의 미술적 요소가 배합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자전거는 디자인으로 예술을 표현한다. 성능을 고집하기 위한 구동계의 기능적 특징과 각 부분별 소재 등급, 휠셋과 프레임 튜브 등의 세심한 제작 기술력 등이 우선시 됐다면, 시대가 지날수록 프레임의 디자인과 그래픽에 의한 자전거 외관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관심 받고 있다.


자전거와 영화는 산업과 예술 외에도 과학 기술과 커뮤니티, 여가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와 다양성을 함축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분명 다른 성격이다.
영화를 관람하기 앞서 두 요소의 동질적이면서 이질적인 특성을 이해하면 영화를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전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영화를 통해 자전거를 본다는 것, 일반적인 장르가 아닌 자전거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로 접근해 자전거와 영화를 동시에 즐기는 방법이다.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

개봉 : 2017년 2월 1일
국가 : 한국
감독 : 임정하, 전일우, 박형준
출연 : 이윤혁

만약 희귀암 판정과 시한부의 삶이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청년 이윤혁 씨는 그 해의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코스를 따라 완주하는 도전을 선택했다.
그를 돕기 위한 9명의 드림팀과 함께 떠난 프랑스, 그의 마지막 도전과 여정이 될지도 모르는 험난한 길에 영화 제작사가 합류하고 이윤혁씨의 남은 인생 중 49일 간의 이야기를 다큐 영화로 담아냈다.
"암세포보다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다" 결체조직 작은 원형 세포암이라는 희귀암 말기와 싸우고 있지만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겠다며 생애 마지막 목표를 위해 길을 떠난다.
도전 과제는 암투병을 겪었던 랜스 암스트롱의 발자취를 따라간 뚜르 드 프랑스 전 코스 3500km, 체력이 쉽게 고갈되고 예기치 않은 사고도 발생하지만,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귀중한 순간이다. 도전 당시에 5개의 장기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했지만 그의 강인한 열정이 한국인 최초의 코스 완주자로 등록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정열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다가 금방 꺼질지언정 절망 끝에 희망을 새겨보고 싶은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눈물없이 볼 수 없다.
그가 전하고 싶은 강한 메세지가 가슴에 박히는 이 영화는 2009년에 제작이 시작되었다.
그는 이미 세상에 없지만 2017년 2월 1일 그가 다시 가뿐 숨을 몰아 쉬며 희망을 전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 예고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신작으로 예고편을 준비했다.
관련 기사 : http://www.bikem.co.kr/article/read.php?num=9279


챔피언 프로그램(The Program)

개봉 : 2016년
국가 : 영국, 프랑스
감독 : 스티븐 프리어즈
출연 : 벤 포스터, 크리스 오다우드 등

투르 드 프랑스의 전설로 남은 불굴의 사이클 챔피언, 랜스 암스트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랜스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투르 드 프랑스 경기의 7연패를 기록한 챔피언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의 사이클 영웅이 된다.
미국에서 제법 좋은 기록을 세웠던 랜스 암스트롱은 사이클의 종주국인 유럽으로 건너 와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고환암 말기를 진단받게 되고, 폐와 뇌까지 전이되어 생사를 오가는 투병 생활을 하게 된다.
살 수 있을지 조차 확신할 수 없는 암을 이겨낸 랜스, 다시 선수로서의 재기를 꿈꾼다.
선수라면 누구나 승부에 대한 열망을 큰 법, 약물투어를 서슴치 않는 스포츠 닥터 페라리를 찾아가 트레이닝 해줄 것을 요청한다.    
효과는 옐로우 져지의 주인공으로 이끌었지만 회복 후 첫 경기임에도 이전보다 월등한 실력을 보여준 덕에 한 스포츠 기자의 의심을 받게 된다.
기자가 도핑을 확신하게 된 것은 랜스가 약물투여에 대해 낙관적인 면모를 보여왔던 페라리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난 후부터다. 도핑에 대한 의심은 랜스를 지독하게 파헤치게 했고 그 과정에서 도핑을 하지 않는 선수들과 랜스 사이의 관계도 마찰을 빚게 한다.
랜스로 인해 이득을 취한 이들이 도핑 사실에 대해 함구하고, 그가 후원하는 암재단과 관련 인사들을 압박하며 매 순간 위기를 모면하지만 결국 모든 걸 내려놓을 수 밖에 없는 긴박한 과정이 펼쳐진다.

챔피언 프로그램의 명장면

랜스 암스트롱의 멋진 경기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보다 스릴 있는 장면은 도핑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랜스를 추적하는 스포츠 기자, 도핑 테스트의 위기를 넘기려는 랜스, 암암리가 길들어져 있던 썩은 관행들과 연결된 현재의 사건을 함구하며 덮어보려는 주변 인물들의 역할이 승부에 대한 열의를 표현해주고 있다. 
또 랜스 암스트롱과 싱크로율 100%에 가깝도록 훈련한 주연배우 벤 스포터의 연기와 외모, 현실감 있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투입된 영국과 미국의 프로 사이클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들, 화려한 경기장의 열띤 무대 등으로 실제 투르 드 프랑스를 보는 듯했다.  





챔피언 프로그램 트레일러 영상


파풍:스피드 매치(To the fore)

개봉 : 2016년
국가 : 홍콩
감독 : 임초현
출연 : 펑위엔, 두효, 최시원(슈퍼주니어) 등

프로 사이클 세계의 한판 승부, 그 안에 녹여낸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스프린터 지원과 리드아웃맨 밍, 티안은 완벽한 하모니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한 팀의 일원이자 서로를 걱정하는 친구다. 그러나 회사의 부도로 팀이 해체되고 팀원들은 흩어지게 된다.
밍은 실력을 인정받아 자신감이 극에 달한 스프린터로, 티안은 스프린터에게 길을 내 주어야만 리드아웃맨으로 한 팀에 소속이 되고, 지원은 또 다른 팀의 스프린터로 이적하게 된다.
이제 밍과 지원은 서로를 돕는 관계가 아니라 승부수를 겨뤄야 할 경쟁 상대다. 수차례 실력을 과시해온 밍은 그 동안 자신이 리드아웃 했던 지원을 이겨 보려 하지만 지원 회사의 계략으로 1위를 놓치게 된다. 꺾인 자존심과 자신감으로 실수를 범하게 되고, 그가 이룬 모든 것을 잃게 한 계기가 된다. 또 리드아웃만 담당하며 2인자라는 자책감에 시달렸던 티안은 도핑에 손을 댄다. 그로 인해 스프린터로서 1위를 거머쥐는 기쁨도 잠시, 모든 사실이 들통남과 동시에 모든 영광도 빼앗긴다.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 지원은 셋이 한 팀이었을 때 이끌어주었던 감독님을 찾아가 재기할 수 있게 돕고 다시 밍과 티안을 불러모으라고 제안한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다시 한 팀으로 재기하게 되고, 상대팀인 지원과 진정한 페어플레이를 펼치는 극한의 경기 상황에서 서로의 우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반전을 맞는다.  

파풍의 명장면

영화에서의 경기는 트렉과 로드가 모두 전개되어, 스프린터들의 노력과 한계를 보여준다.
파풍은 이를 통해 사이클 경기가 팀에서 현명한 전략과 전술, 팀플레이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의기투합한 팀워크가 승리로 이끄는 경기 장면과, 반칙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격정의 레이스가 긴장감을 더한다.
또 대회의 무대가 됐던 이탈리아, 한국의 부산, 중국, 대만 등에서 화려한 경기 장면을 연출해 시선을 모았다. 카메라 각도와 비춰지는 풍경 등의 영상들이 실제 대규모 경기가 펼쳐질 때의 상황과 비슷하게 연출되어 더욱 현실감 있다. 







파풍 트레일러 영상


땡큐 대디(The Finishers)

개봉 : 2015년
국가 : 프랑스, 벨기에
감독 : 닐스 타베니어
출연 : 자크 검블린, 파비앙 제로, 알렉산드라 라미 등

땡큐 대디는 장애인 아들과 철인3종에 도전했던 팀 호이트 부자의 감동 실화를 모티브 한 영화다.
실화와 극중 인물의 환경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영화 속 줄리앙의 실존 인물인 릭 호티트는 뇌성마비와 전신마비를 함께 겪었던 중증 장애인으로 혼자 움직이기는 커녕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인 딕 호이트가 최소한의 표현이라도 할 수 있게 특수 컴퓨터를 제작했고, 그 기계를 통한 아들의 첫 마디는 "RUN"이었다. 그렇게 둘의 도전은 8km 마라톤을 시작으로 철인3종까지 이어지게 했으며, 도전 영상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포기란 없는 이들 부자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어느 한 감독을 통해 영화화 된 것이 땡큐 대디다.

극중에서 휠체어에 앉아 생활해야만 하는 장애인 줄리앙은 망원경으로 바라본 바깥 세상을 통해 달리고픈 욕망이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과거에 아이언맨 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에게 "아빠랑 달리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아주 오래 전 아들의 장애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가족에게 등을 돌리며 살아가는 무기력한 아버지의 거절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근성을 닮아 포기를 모르는 줄리앙은 혼자 힘으로 휠체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반항을 보인다.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는 오랫동안 가족을 등한시 했던 자기자신을 뒤돌아보게 한 충분한 계기가 된다.
준비과정이 녹록지 않다. 1인이 아닌 장애인을 더한 2인을 위한 장비, 훈련 강도, 이어 아이언맨 위원회의 출전 거부까지 우여곡절이 따른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로 포기란 없는 이들 부자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수영 3.8km, 자전거 180km, 마라톤 42km에 도전함으로 더 없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들의 모습이 영화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유례없던 도전으로 세상에 "Yes, you can"이라는 긍정의 메세지와 희망을 전달하고, 최초로 장애인 철인3종 경기를 탄생시키는 기적을 실현시킨다.    

땡큐 대디의 명장면

영화는 바라만 봐도 마음이 풍요로워질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했다. 만년설산으로 병풍을 두른 푸른 잔디밭과 그 위에 세워진 고요한 집이 아버지와 아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매일 같은 강행군의 연속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부자의 모습과 모든 것을 이해해고 포용할 것 같은 장대한 풍경에서의 사이클, 수영, 마라톤 훈련 영상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또 철인3종이 얼마나 극한 레이스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던 감독의 의도에 따라 동원된 카메라 수와 편집된 각 경기 장면에서 주인공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줄리앙의 '땡큐 대디'라는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감동과 의미가 함축돼 있는지 충분히 깨닫게 된다.








땡큐 대디 트레일러 영상


뚜르드 프랑스: 기적의 레이스(La grande boucle)

개봉 : 2014년
국가 : 프랑스
감독 : 로렌트 투엘
출연 : 콜로비스 코르니악, 보리 라네스 , 아리 아비탄 등

누구보다 자전거 열정이 높은 프랑수아, 세계 최대의 장거리 레이스인 투르 드 프랑스 경기 출전에 대한 젊은 시절의 꿈을 뒤로하고 자전거 회사의 직원으로 종사하던 그가 투르 드 프랑스에서 서포트팀 차량을 운전해 달라는 회사의 제안을 받는다. 같은 기간에 가족여행이 예정돼 있지만 일단 수락하고 본다. 항상 자전거가 우선인 남편이 이해되지 않는 아내와 아들은 프랑수아를 버리고 휴가를 떠나고 만다.
그러나 프랑수아는 자신의 회사에서 후원하는 팀 스포츠2000을 초대한 전야제에서 챔피언 선수인 토니 아넬로의 행운의 상징인 목걸이를 끊었다는 이유로 해고 당하고 만다. 일이 꼬여버린 프랑수아는 전 팀 매니져 플레팅스와 경기 시작 하루 전날 오전까지 술을 마시고, 만취 상태에서 막바지 경기 준비로 분주한 첫 번째 스테이지에 찾아가 의도치 않은 음주 라이딩을 벌인다.
경기 시작 하루 전에 시작된 갑작스런 출발이지만 젊은 날의 꿈을 이뤄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프랑수아. 뜻밖에도 많은 이들이 그를 응원하고, 숙식과 서포트카를 자처하고 나선 팬도 만나게 된다.
이를 지켜본 팀 스포츠2000의 챔피언은 자신의 행운의 목걸이를 끊은 장본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만, 그가 기적의 레이스를 펼치는 행운의 목걸이임을 알아챈다.     

뚜르 드 프랑스 기적의 레이스의 명장면

프랑수아의 시선이 닿는 프랑스의 모든 광활한 풍경이 장관이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더욱 흥미로운 장관을 이룬다.
혼자만의 경기를 아무 조건 없이 돕겠다고 나선 네덜란드에서 온 팬, 출발선에 라인을 그어야 하는 스텝, 프랑수아와 함께 달리려는 불특정 다수, 뜻밖의 대결을 돕는 전설의 챔피언 등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의 라이딩을 응원하고 도움의 손길을 서슴없이 내미는 모습에서 작은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뚜르 드 프랑스 기적의 레이스 트레일러 영상


프리미엄 러쉬(Premium Rush)

개봉 : 2013년
국가 : 미국
감독 : 데이빗 코엡
출연 : 조셉 고든 레빗, 다니아 라미제즈, 제이미 정

자전거로 물건 배달하는 한 메신저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양복입고 따분하게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일이 더 좋은 주인공 와일리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로 복잡한 뉴욕 도심을 누빈다. 최고 속력 80km을 낼 정도로 자전거 실력이 월등하면서 제 시간 안에 책임 배송하는 나름 프로다운 메신저다.
완벽에 가까운 책임감 덕분에 떠 안게 된 의문의 배송 봉투, 의뢰인은 와일리의 동창이자, 와일리 여자친구의 룸메이트 니마, 봉투 속 물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고, 5시 33분에 의뢰 장소를 떠나 7시까지 거리가 꽤 먼 차이나타운의 어느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한다.
그 봉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메신저와 의뢰인 뿐만이 아니다.
음지에서 타락해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부패 경찰 바비가 와일리가 배송하려는 봉투를 뺏기 위해 끈질기게 추격한다. 도로의 무법자처럼 과격하게 자신을 쫓는 이유를 알리 없는 와일리, 의뢰인을 통해 봉투 속 티켓의 진실을 알게 되지만 의도적으로 배송지마저 변경된다. 바비를 따돌리다 계획에 없던 사고도 피할 수 없게 되는 등 시간은 흐르고 상황은 악화된다.
마지막까지 위기를 모면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그의 여자친구와 동료들이 돕고 나선다.

프리미엄 러쉬의 명장면

빼곡한 차량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와일리의 도로 라이딩 장면이 꽤나 흥미롭다. 복잡한 전선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전류가 흐르듯 장애물이란 그저 단어에 불과하다. 브레이크는 곧 죽음이라고 표현하는 와일리 답게 웬만해선 멈추지 않는 위험천만한 질주가 펼쳐지는데, 과감한 역주행과 자동차 보다 빠른 속력을 과시하는 장면을 통해 통쾌함을 전한다.
후반부에 고물 자전거 창고에서 벗어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니 메카스킬 대역의 MTB 트라이얼 장면도 볼만하다.








프리미엄 러쉬 트레일러 영상


와즈다(Wadjda)

개봉 : 2013년
국가 :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감독 : 하이파 알 만수르
출연 : 와드 모하메드, 림 압둘라 등

자전거영화라고 보기 힘들지만 자전거가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영화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제재가 극심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보수주의가 영화의 배경이다.
주인공인 와즈다는 자유를 갈망하는 초등학생으로 등장한다.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마냥 부러워 보였던 어느 날, 와즈다에게 자전거를 가져야겠다는 작은 목표가 생긴다. 하지만 여자가 자전거를 타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정숙하지 못하다 등의 이유로 어른들에게 박탈당한다.
남자들이 보거나 듣는다는 이유로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것조차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치부하는 문화, 자신의 의지보다 아버지 마음에 들게 살길 원하는 엄마의 안쓰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순수한 와즈다는 여자가 왜 자전거를 타면 안 되는지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행동은 자전거를 사기 위한 계획으로 압축된다.
목표는 완구점에 진열된 예쁜 자전거 한대, 팔찌를 만들어 파는 소일거리로 푼돈을 모으던 어느 날 학교에서 열릴 코란 경전퀴즈대회의 상금 액수를 듣게 된다. 사고 싶은 자전거 값이다. 평소 팝송을 즐기지만 어쩔 수 없이 코란을 암송하고, 지금까지 모은 돈을 코란 퀴즈 게임기를 구매하는데 투자하는 열의를 보이면서 자전거 구매에 대한 열망을 그려나간다.

와즈다 명장면

이 영화는 순수한 와즈다가 원하는 자전거를 얻기 위해 행동하는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생기를 잃어버린 듯 암울한 배경 속에서 와즈다의 귀여운 반항이 영화를 환하게 밝힌다. 자유롭고 싶고 남들처럼 놀고 싶은 순수한 어린아이가 새침한 표정으로 목표를 꾀하는 전술이 꽤나 흥미롭다.
극보수파의 방해와 협박으로 제작 단계부터 쉽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최초의 영화감독 '하이파 알 맨사우어'가 만든 영화 와즈다는, 개봉 이후 처음으로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영향력을 발휘한 시대적 변화의 활기찬 불꽃을 틔운다.    
자전거는 그저 자유를 향한 상징적 매개체가 되고, 간절히 얻기 위한 것을 갈망하며 표현한 모든 몸짓이 명장면이다.  








와즈다 트레일러 영상


플라잉 스코츠맨(The Flying Scotsman)

개봉 : 2007년
국가 : 독일, 영국
감독 : 더글러스 맥키넌
출연 : 조니 리 밀러, 로라 프레이저 등

1993년과 1995년에 4km 개인추발 경기로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원아우어 기록을 두 번 갱신했던 그레니엄 오브리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자전거를 처음 접한 계기는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던 그레니엄이 아버지로부터 자전거를 선물 받아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서 도망 다니는 수단으로 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성인이 된 그레니엄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시대적 상황 전환, 그는 이미 사이클리스트로서 화려한 1막을 내리고, 자전거샵을 운영하는 평범한 모습으로 상황이 전개된다.
그러나 그레이니엄이 선수시절에 갱신했던 원아우어 기록을 다른 선수가 갱신하면서 현재의 평범함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사이클리스트의 두 번째 삶을 시작한다.
열혈단신 홀로 훈련 중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인 포지션과 더 빠른 속력을 위한 아이디어들은 훗날 현대 자전거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한 요소들이다.
후원사가 없으므로 자신에게 맞춘 자전거를 직접 제작해야 했지만 과거의 사이클리스트 그레니엄 오브리를 기억하는 기업가가, 동료이자 매니저인 말키를 통해 자전거를 후원한다. 그러나 기록 갱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음날 재도전을 신청, 말키의 기발한 아이디와 도움으로 재도전에 성공한다.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번 더 좌절을 맛보고 난 후, 더 큰 세계 무대를 꿈꾼다. 5주라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곤경에 처할수록 자신 있다"는 그레니엄의 말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인다.
항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법, 그의 성공을 기뻐하는 자 이면에 그를 방해하려는 자들이 월드챔피언십에 도전하려는 그의 앞길을 막아 선다.
그러나 스스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극복하면 이기지 못할 경쟁과 치열한 싸움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마지막 도전에서, 그레니엄 오브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플라잉 스코츠맨임을 증명한다.

플라잉 스코츠맨의 명장면

플라잉 스코츠맨은 1923년부터 영국에서 운행되던 증기 기관차의 이름으로, 630km의 거리를 왕래하는 급행 열차다. 그레니엄 오브리의 무한 질주 에너지와 속력, 멈추지 않는 노력과 강한 의지 등을 표출해주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트랙 선수로서의 본질적인 모습을 그린 경기 모습이 볼만하다. 특히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는 원아우어 기록에서 외로운 싸움을 통한 고통과 긴장감, 자신감과 불안함, 걱정 등이 페달 위에 선 배우의 표정을 통해 공감하게 한다. 승리를 함께 기뻐해주는 상대 선수의 악수와 포옹이 감동을 두 배로 전한다.
또 그레니엄의 승리를 훼방놓는 WCF 위원들의 행동에 전혀 굴하지 않고 오히려 보기 좋게 골탕먹이는 장면이 웃음과 흥미를 자아낸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Nasu : Summer in Andalusia)

개봉 : 2003년
국가 : 일본
장르 : 애니메이션 나스 시리즈의 단편 극장판
감독 : 키타로 코사카

일본 만화 나스(가지)시리즈 단편집의 주요 에피소드를 45분 짜리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했다. 나스 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있다면 안달루시아의 여름을 이해하는데 더욱 좋겠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단, 나스, 즉 가지의 의미를 모르면 영화의 전체적인 깊이를 이해하는데 조금 애매해질 수 있다.
영화는 자전거 레이싱 팬인 원작 작가와 애니메이션 감독의 사심에 따라 부엘타 아 에스파냐(Vuelta a Espana) 경기 무대를 배경으로 했다. 실제 배경과 흡사한 스케치와 구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조화로 멋진 영상미를 보여주며, 의미를 극대화시킨 심도 있는 연출력 등이 짧지만 깊이 있게 표현됐다. 
사이클과 가지, 두 가지 소재에 따른 시선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사이클 영화로서 경기장에서의 긴장감과 치열한 경쟁, 승리를 향한 승부수와 선수들의 열정이 실제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표현된 데에 값어치가 크다. 또 가지가 담고 있는 모든 의미 중 큰 부분을 사이클리스트인 페페 베넨헤리의 시선과 삶을 통해 보여주며 재해석하고 있다.
처음부터 난해하게만 보이는 긴박한 경기모습과 행복한 결혼식의 교차 장면이 한 마디 대사로 모든 상황을 정리시키는, 단순하면서도 흥미롭게 진행되는 사건의 전개과정과 이야기가 꽤 볼만하다.
이 영화의 후속편인 나스: 수트케이스의 철새도 볼 수 있다.

나스:안달루시아의 여름의 명장면

애니메이션은 연기자가 연기하는 영화에서 전달할 수 없는 것도 표현이 가능하다. 감정상태나 사건에 대한 상황 연출을 과하게 표현해 의미 전달을 더욱 확실히 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초반부에 스폰서로부터 자존심을 박탈당하는 페페와, 같은 시각 형과 전 여자친구의 아름다운 결혼식이 교차되는 장면, 경기에서의 영광스러운 우승 뒤에 자전거와 여자친구, 그리고 형제간에 얽혔던 지난 과거가 주인공인 페페를 고독함과 슬픔 속에 드리우는 장면,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에서 펼쳐지는 이 경기에서는 꼭 승리하고 싶은 페페의 심정과 의지를 여실히 표현한 장면 등을 통해 페페의 승부가 더욱 감동적으로 그려진 듯 하다.  







나스:안달루시아의 여름 트레일러 영상


퀵실버(Quick Silver)

개봉 : 1987
국가 : 미국
감독 : 토머스 마이클 도넬리
출연 : 케빈 베이컨, 제이미 게르츠, 폴 로드리게즈 등

메신저의 삶을 소재로 한 80년대 영화다.
주식 브로커로 등장하는 주인공 잭이 복잡한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 배달부 메신저를 택시 안에서 보게 됨으로써 영화는 시작된다. 도로상황을 개의치 않는 메신저와 그를 따라잡으려는 잭의 무언의 한판 승부로 시작되는 첫 부분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암시한다.
주식 브로커로서 모든 재산을 잃은 잭이 자전거 메신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퀵실버의 삶이 전개된다.
몇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위험한 길 위를 달리고, 위험한 유혹도 거절하지 못하는 그들의 삶, 그 속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메신저로서의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잭은 다시 주식 브로커로 복귀하라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한다. 비록 경제적으로 열악해 메신저 일을 선택한 이들과 동료로 지내고 돈에 쫓겨 살지만 가족 같은 그들과의 소박한 행복과 자전거 위에서의 쾌감을 즐긴다. 
한편 돈을 벌어야 하는 메신저의 특성을 잘 아는 밀매상 집시는 메신저를 상대로 위험한 물건을 전달하도록 설득한다. 그로 인해 한 동료가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됐지만 이를 도울 방법이 없다. 이어 여성 메신저인 테리를 설득해 위험한 거래로 끌어들인 집시는, 반복된 상황에 분노한 잭과 동료들의 화까지 끌어들이게 된다.
의리로 하나가 된 이들간의 진한 우정과 80년대의 전형적인 영웅상을 그려낸 장면들이 생소하지만 감성적이다.

퀵실버의 명장면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메신저들의 픽시 묘기가 볼만하다. 80년대임에도 현재의 스트리트 트라이얼 라이더들과 비교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과시하며 아찔하게 한다.
자전거 배달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그들의 도심 속 자전거 질주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날렵하고 신난다. 꽉 막힌 도로를 막힘 없는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듯 경쾌한 음악과 함께 달린다. 특히 뉴욕 주택지와 시내에서 펼쳐지는 동료 부두와의 즉석 한판 대결과 복수를 목적으로 한 집시와의 추격전이 긴장의 연속이다. 가늠할 수 없는 속도감은 브레이크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더욱 강한 스릴로 다가온다.









자전거가 준 의미

자전거 관련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다. 대부분 경쟁을 그린 영화다. 챔피언 자리를 위해 다른 선수와 경쟁하는 챔피언 프로그램, 플라잉 스코츠맨, 자신과의 경쟁을 다룬 땡큐 대디와 뚜르:내생애 최고의 49일이 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삶을 통해 메세지와 감동을 전달하기에 더 없이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목표에 도전하고 드디어 꿈을 이루는 모습 뒤에 강한 정신력과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을 이겨내는 고진감래의 전형적인 표본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실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라 그런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전달하고자 하는 희망적 의미는 더욱 크게 와 닿는다.
또 이번에 소개된 영화를 통해 보여진 자전거는 탈 것의 개념을 넘어 국가적 변화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표이며, 생애 수단이고 인생의 전부가 되는 등의 큰 의미를 지닌다.
지금 내가 즐기는 자전거는, 혹은 내가 즐기는 그 무언가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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