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민, 장경구 선수, 최강의 라이더가 한 팀에 모였다.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박창민 편집장, 금산인삼첼로팀

지난 2010년 아시안게임 타임트라이얼 금메달을 시작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최형민 선수는 투르 드 코리아 KOM 타이틀과 종합 2위, 5년 연속 우리나라 타임트라이얼 내셔널챔피언 등 화려한 경력을 남기고, 지난 2020년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2014년 아시안게임 로드 금메달과 함께 압도적인 기량으로 국내 로드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던 장경구 선수도 2019년 은퇴를 하며 경륜 선수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렇게 은퇴한 두 선수는 지난 해 다시 엘리트 로드 라이더로 펠로톤에 복귀했고, 이번 시즌은 금산인삼첼로팀에 동시에 합류하며 2명의 탑클래스 라이더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 팀으로 첫 시작


(박창민) 이렇게 최고의 두 선수를 한 자리에 모실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최형민, 장경구 두 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는 걸 예상했었나요?

(최형민) 저희 둘은 서로 오래 알고 지냈지만 한 팀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박창민) 둘 다 사실상 팀의 리더 역할인데,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가 온 이유가 있나요?

(장경구) 감독님(금산인삼첼로 최희동 감독)과는 예전부터 접촉이 있었지만, 마음을 잡지 못했습니다.
어려서는 한 팀에 리더가 2명이 있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나이가 드니까 이런 것에 대해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형민이에게 '너를 팀의 리더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한 팀에는 반장이 있어야 하니까, 형민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걱정한 것과 달리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최형민) 처음에는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경구를 오래 봐왔고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의견이 충돌되면 불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경구와 저는 20살 때부터 국가대표팀으로 함께 활동해 왔기 때문에 그때부터 서로 존중하고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팀에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 못한 만남,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


공통점이 많은 두 선수의 은퇴 이야기


(박창민) 둘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동갑이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고(최형민 2010년, 장경구 2014년), 비슷한 시기에 은퇴를 선언했고(장경구 2019년, 최형민 2020년), 현재 같은 팀에 소속되었으며, 둘 다 아들 아빠입니다.
그러면, 은퇴 이야기를 먼저 들어봅시다. 둘 다 최고의 성적을 낼 때 은퇴를 하였는데, 어떤 이유였죠?

2010년 최형민 아시안게임 독주 금메달, 2014년 장경구 아시안게임 로드 금메달

(장경구) 성적의 부담이 많이 컸습니다. 매 시합마다 2위를 해도 이런저런 말을 듣고, 1위를 해야 본전이라는 느낌이었죠.
게다가, 트랙은 주 종목이 아니어도 계속 성적에 대한 압박이 왔습니다. 부담을 좀 덜고 싶고, 그래도 운동을 그만 둘 수는 없어서 경륜을 선택했습니다. 단거리 종목이어서 좀 다르지만, 도망 아닌 도망을 친 거죠.
그런데, 경륜에 가 보니까, 저는 우물 안의 개구리 같았어요. 실업팀에서 받았던 성적에 대한 부담에 비해서, 경륜에서 시합을 잘 못 뛰면 사람들에게 오는 질타가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저는 그 정도 실력이 아닌데, 공단에서 저를 스타 아닌 스타로 만들어서 더 힘들었습니다. 제가 9연승을 하다가 한번 딱 깨졌을 때, 살면서 이렇게 많은 욕을 먹은 건 처음이었고,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박창민) 경륜으로 갈 때 몸을 바꾸고 다시 로드로 오면서 몸을 바꿨어야 했는데, 어렵지 않았나요?

(장경구) 단거리로 갈 때가 더 어려웠어요. 몸싸움을 위해 체중을 늘려야 했고, 77kg 정도까지는 먹는 걸로도 찌는데, 80kg이 넘는 체중까지는 먹어도 안 되더라고요. 시합에 가면 저보다 훨씬 키도 크고 덩치도 큰 형들이 많으니까 체격을 키워야 했었죠. 다시 도로로 전향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기 때문에 체중 조절부터 체력을 높이는 것이 더 쉬웠던 것 같아요.

(박창민) 최형민 선수도 2020년에 은퇴할 때 똑같이 탑레벨이었는데 왜 은퇴를 생각했나요?

(최형민) 저도 경구와 비슷한데 번아웃 아닌 번아웃이 오고,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은퇴를 결심한 후, 감독님께 지도자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재밌어서 저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에게 정말 욕도 많이 먹고 힘들었죠. 처음이니까 미숙하고 배운 데로 한 것 같은데, 감독님과 계속 마찰이 생겼죠. 그래서, 자전거 관련 일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코치로서의 활동도 금방 접었습니다.
그런데, 3~4개월 정도 쉬고 있다 보니까 자전거를 타고 싶은 거예요. 그렇게, 자전거 동호인 생활을 몇 년 동안 즐기다 보니 자전거를 타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때, '아! 내가 자전거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선수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죠.
그리고, 가평군청팀에 먼저 입단을 해서, 성적에 욕심 없이 그냥 선수 생활을 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선수로 뛰다 보니 또 욕심이 생기고, 독주 성적도 예전처럼 나오지 않아서 제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금산인삼첼로팀 감독님에게 예전처럼 정상에 서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게 된 거죠.


몇 개월 간의 팀 활동으로 자신감 얻다.


(박창민) 이렇게 두 선수를 한번에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신 금산인삼첼로팀 최희동 감독님께 고맙네요. 같은 팀으로 몇 개월 활동해 보니 어떤가요?

(최형민) 이번 창녕대회가 너무 기대돼요. 저희 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도 정말 잘 하고 있어서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경구) 태국 전지 훈련에서 함께 시합을 해 보니까, 레이스 전에 서로 작전에 대해 크게 이야기 한 것은 없지만, 경기를 뛰는 순간 바로 몸이 반응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함께 선두로 가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시즌 첫 창녕투어에서 장경구 선수는 모든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뛰어난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박창민) 둘 다 리더 역할이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인데, 그것이 조율하기에 좋은가요?

(장경구) 그래서 더 크게 걱정 없이 호흡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데이 레이스에 강하고, 형민이는 GC 라이더 스타일이니까, 리더가 둘이어도 그날 그날마다 다른 경기를 하면서 여러가지 그림이 나오는 것 같아요.
훈련을 나가도 형민이에게 많이 집중하고, 팀 리드에 대한 경험이 많으니까 우리가 잘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형민) 감독님이 워낙 강단이 있으시니까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선수들이 물어보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감독님과 함께 한 경험이 많아서, 지시하신 내용을 이해하고 라이딩 중에 선수들에게 그 내용을 더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첼로 엘리엇 자전거와 장비 이야기


(박창민) 이제는 장비 이야기를 좀 해보죠. 최형민 선수는 처음부터 첼로 자전거를 다양하게 타 봤는데, 그 변화가 어땠나요?

(최형민) 초창기 첼로의 레퍼런스는 정말 힘들었던 자전거였지만, 그때는 어려서 그냥 주는 데로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업데이트가 되고 나서 정말 마음에 들었죠. 그 다음 엘리엇으로 변화되었을 때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기에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좀 타고 나니까 성적도 잘 나오고 적응이 되었어요.

(박창민) 장경구 선수는 첼로 엘리엇을 처음 타보는데, 느낌이 어땠나요?

(장경구) 국내 브랜드 자전거를 처음 타 본 거였는데, 첫 주행 느낌부터 정말 좋았어요. 연습할 때도 퍼포먼스가 잘 나와서 레이스에서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레이스 결과도 좋고 저에게는 잘 맞았습니다. 특히, 짚 휠을 처음 사용하는데, 잘 맞아 떨어지고 좋았습니다.

(박창민) 창녕투어가 2월 19일부터 시작하는데, 추운 날씨가 걱정이겠어요.(인터뷰는 창녕투어 전에 했다)

(최형민) 선수들이 추운 것은 정말 힘들어하죠. 하지만, 다 같은 조건이니까 준비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경구) 제가 동계 선수(스케이트) 출신이라, 추위를 잘 안 타는 편이어서 겨울에도 반팔 반바지 입고 잘 탔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추위가 좀 어렵더라고요. 지난 번에는 반팔 반바지 입고 레이스를 해 보니까 갈 수록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따뜻하게 입고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형민) 몸의 심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퍼포먼스를 최대로 끌어 올리는 것에 도움이 되죠.
특히 카스텔리 가바 저지는 2~3월 대회 때 정말 좋아요. 다른 팀들이 정말 부러워하는 것이 저희가 카스텔리를 입는 겁니다. 카스텔리는 워낙 다양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어서 날씨에 따라 선택하기에 정말 좋거든요.

(장경구) 저는 카스텔리를 처음 입어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패드도 편하고 레이스에 최적화 되어 내구성보다는 퍼포먼스에 집중한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번 시즌, 2명의 내셔널챔피언을 기대하며


(박창민) 둘 다 지난 해 복귀 후, 이제서야 제대로 된 시합을 뛰는데, 시즌 목표가 있나요?

(최형민) 금산팀이 최근 좀 저조했는데, 경구도 왔고, 저도 많이 준비했습니다. 최대한 모든 도로 시합의 종합 우승을 하는 게 목표고, 전국체육대회 우승, 그리고 경구와 저는 도로와 도로독주 내셔널챔피언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둘이 내셔널챔피언을 하게 되면,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한 팀에서 도로와 독주의 내셔널챔피언이 나오는 게 처음일 겁니다.

(장경구) 개인적으로 한 팀에 내셔널챔피언 타이틀을 가진 선수가 2명이 있다는 것이 정말 설레고, 올해 그 기록을 꼭 이어가고 싶습니다. 도로에서도 구간과 종합 우승 모두 다 하면서, 나가는 시합마다 금산팀의 이름을 올리고 싶습니다.

013A9037.jpg

(박창민) 선수 또는 개인적으로 장기적인 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

(최형민) 작년에 정말 힘들어서 다시 은퇴를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고 하니까 자전거를 타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지금 같아서는 팀에서 원한다면 계속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장경구) 예전에는 목표가 무슨 메달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뭐 그런 거였는데, 지금은 지치지 않고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루 하루 나갈 때 설레는 마음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치지 않고, 지금처럼 타는 게 장기적 목표입니다.

(박창민) 둘 다 즐기면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네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